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_청소년 자살,타해 관련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최근 청소년들의 자살 생중계 및 타해 시도 후 자살 사건과 관련해 어린 나이에 생명을 잃고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청소년들에 대해 큰 슬픔과 위로를 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한 청소년이 외국의 사례를 모방, 자살을 생중계했다는 점은 청소년의 자살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며, 함께 노력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희생자의 주변 청소년들은 충분히 애도 기간을 갖되, 감정을 표현하고, 나와 주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른 청소년은 동급생에게 타해를 가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청소년의 자살은 주관적 동기가 분명하고, 복수심으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의 우울증은 단순 우울감보다는 짜증, 충동성, 분노 등이 동반된 경우가 더욱 흔하기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이런 증상이 잘 조절되었더라면 자기와 타인을 더 잘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청소년은 또래 집단의 기준을 중요시하며,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성장하고 자기 가치관을 형성합니다. 해당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청소년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시달리거나 모방 행위를 하지 않도록 사후 예방이 앞으로 중요합니다. 청소년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학교나 부모가 아닌 기관에서 마음껏 비밀을 털어놓고 상의를 할 수 있는 체계가 시급합니다. 현실적으로는 부모의 동의없이 청소년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데 있어서 의료법과 민법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자기 문제가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상담을 마음껏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절차상의 부분에 있어서 곤란을 겪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도 많습니다. 상담을 비롯한 추후 처방 등이 원활히 이루어 지려면 이런 부분에 대해 해결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미래의 큰 걸림돌인 저출산 문제와 인구 감소를 해결하려면 출산 장려 에만 몰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의 생명을 소중히 잘 지키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10대의 사망 원인 중에 사고와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 청소년을 위한 정신건강기관의 설립, 지역의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조체계의 마련이 절실합니다. 이러한 청소년의 어려움을 배려하고, 법적이나 비용문제에서 보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2022년 대선 당시에 청소년과 청년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약 제안을 하였습니다.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이 결국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직속의 청년의 미래를 위한 자문기구를 설립함으로써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힘을 모아 총체적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설립 시 전문가로서의 참여를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서 단계적인 예방 대책을 제시합니다. 또래들이 서로를 돌보며 예방 역할(gatekeeper)을 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자살 위험에 대해서 선별할 수 있는 1차적 사전 예방, 고위험군 청소년들이 상담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 마련과 법적인 체계의 확립을 통한 2차적 예방, 자해나 또래의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다른 청소년들이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3차적 사후 예방의 체계가 설립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고, 이번 사건의 파장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3년 4월 19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회장 김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