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해 사는 병’ 중증 건선, 산정특례 지원으로 치료비 부담 줄여줘야

  • 등록 2016.10.19 10: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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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건선의 날 맞아 ‘선이나라’ 환우회, 건선 환우 467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환자들 치료비 부담 높아, 2명 중 1명이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 중단하거나 포기
노출 병변으로 사회적 고립, 41% 구직 실패, 직장 불익, 실직, 82% 우울감, 43% 자살 충동까지

건선 환우 모임인 대한건선협회 ‘선이나라’(회장 김성기)가 10월 29일 ‘세계 건선의 날’을 맞아 건선 환우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10일 간 건선 환자 4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건선 환우들이 질환 자체로 인한 고통 이외에도 질환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겪는 경제적, 정신적 고통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3명 중 2명꼴인 77.6%가 현재의 건선 치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고,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58%에 달했다. 사회활동에도 타격이 커, 41%가 건선 때문에 취직 실패, 업무상 불이익, 실직 등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 드러나는 병변으로 일상생활이 힘들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가 82%, 자살 충동을 느낀 경우도 43%로 정신적 영향도 심각함을 보여줬다.

치료비 때문에 치료 중단ᆞ포기 58%
이번 조사에 참여한 건선 환자는 질환의 중증도를 환부의 크기(경증 – 병변 2% 이하, 중등도 – 3~10% 미만, 중증 10% 이상)를 기준으로 자가 평가했으며, 전체 응답자 중 20.5%가 경증, 31.2%가 중등증, 44.5%가 중증 건선을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6%가 현재의 건선 치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고,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58%에 달했다. 





현재 받고 있는 치료는 바르는 연고 비중(50.5%) 비중이 가장 높았고 광선 치료(17.9%) > 먹는 약(17.0%) > 생물학적제제(11.0%) 순이었다. 절반 이상(51%)이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치료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으며, 치료의 장애요인으로는 치료에 대한 불확실성(50.3%)에 이어 치료비 부담(30.5%)을 가장 많이 들었다. 
건선은 외부로 보이는 발진, 각질 등의 증상만 보고 단순 피부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전신의 면역체계가 망가져 일어나는 전신성 면역질환이다. 만성 난치성 질환이다보니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며 다양한 치료법이 동원되고, 장기간의 치료로 환자의 부담이 크다. 생물학적 제제는 기존 치료법으로 효과를 볼 수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중등/중증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고가로 쓰기가 힘들다. 때문에 경제적 부담 때문에 민간요법이나 자가요법 등에 기대며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환자도 많다.






41% 구직 실패, 직장 불이익, 실직, 82% 우울감 경험, 43% 자살 충동까지
건선 환자들은 질환 치료뿐 아니라 피부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각질이 떨어지는 외형적인 변화로 인해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선이 전염되지 않는 전신성 자가면역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피부병의 특성상 타인에게 옮긴다는 선입견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건선 때문에 이성친구를 사귀거나 결혼에 지장이 있다는 응답이 61%로 나타났으며,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71%였다. 특히, 질환 때문에 경제활동에 받는 타격도 심각했다. 41%가 건선으로 인해 취직에 실패하거나 직장에서 불이익(승진/주요 업무 제외), 실직 등을 경험했으며, 33%는 직장/학교에서 악의적인 비방이나 따돌림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중증 건선 환자의 경우 취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취업을 한다고 해도 잦은 결석이나 결근으로 인해 정규직에 종사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경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이 많고, 비용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증상이 더 심해진다. 이는 또 경제활동을 더욱 어렵게 해 결국 기초생활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는 환자가 많은 현실이다.





더불어, 건선 증상 중의 하나인 외적으로 드러나는 병변은 환자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낙인이 된다. 많은 환자들이 타인의 혐오어린 시선, 공공장소 입장이나 접촉 거부 등을 빈번하게 겪는다. 해외 연구결과를 보면 건선환자의 26.3%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었고, 수영장 입장 거부(72%), 대중목욕탕 입장 거부(64%), 운동시설 입장 거부(40%) 등 직접적인 사회적 거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는 환자들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많은 환자들이 자존감 저하, 대인 기피, 우울 및 불안 장애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질환으로 인해 우울감을 느낀다는 환자가 82%,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느낀 적이 있다는 환자가 절반에 가까운 43%에 달했다.





건선은 피부 표피의 과도한 증식과 진피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1억명이 넘고, 국내 환자도 16만 명에 달한다. 16만 명 중 약 10%인 1만 6,000여명은 전신에 병변이 나타나는 중증 난치성 건선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학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문에 참여한 한 환우는 “건선은 전염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감염질환이라는 오해 때문에 차별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환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편견 없이 봐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한건선협회 ‘선이나라’ 김성기 회장은 “건선 중에서도 증상 정도가 심한 중증 건선 환자들은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산다고 표현할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심각하다”며, “이들에게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비가 부담돼 쓰지를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중증 건선만이라도 산정특례 지원을 통해 치료비를 경감해 주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키닥터 기자 pgjin546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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