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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용 교수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



나는 비록 처음 본 환자라도, 상대방에서 원한다면 언제든 내 연락처를 알려주고 있다. 물론 그 목적은 나와의 당일 진료시간이 상대적으로 좀 길었다 쳐도, 의료의 속성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진료실을 나서게 되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든지, 아니면 진료 때 꼭 묻고 싶었던 것들이 나중에 생각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역시 외래 환자가 많아 계속 진료 중이라든지, 아니면 수술 중에 걸려오는 전화를 일일이 다 받을 수는 없다. 그런 경우는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를 이용할 수도 있고, 온라인 상담실인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 카페(http://cafe.naver.com/hopecrc)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지속되다 보니 내게 자주 연락을 하는 환자들이 매우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중에 대부분은 본인이나 가족의 증상문의부터 검사결과, 그리고 다른 대장암 환자의 진료부탁까지 많은 경우들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약 10여 년 전에 대장암과 간 전이 수술을 비롯하여 대장암 치료를 해드린 환자의 경우, 근래에 본인의 집 근처에 있는 지역병원을 몇 개 인수하여 그 분 지인인 의료진과 함께 병원운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분은 자신이 운영하는 그 병원에서 어떤 환자가 무슨 종류의 암으로 진단받든지 간에 진단이 내려지면 무조건 내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해당 암의 제일 좋은 담당 암 전문 의료진을 추천하여 달라고 하여, 환자 의뢰해 오기를 벌써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


이런 경우 나는 우리 병원의 해당 암 종의 전문 동료의료진에게 연락(이 부분이 가장 먼저이고 중요하다)을 취한다. 그리고 환자가 우리병원을 방문하는 즉시, 절차상 어려움이 없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취해 놓는다. 또한 그 소개받은 환자에게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라고 하여, 만약 우리 병원에 와서 어떤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는 내게 직접 전화를 하라고 얘기해 놓는다.


대개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 마음이 불안하고 너무나 초조하여 조그마한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을, 그 환자는 10여 년 전에 본인이 몸소 느꼈기 때문에 내게 그런 부탁을 하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심정을 십분 이해하기 때문에, 비록 나의 전문분야인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조속히 도와주려 애쓰고 있다.


얼마 전의 일이다. 내가 오래 전에 대장암으로 치료해 드린 환자의 부인이 오전 외래 때 내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였다. 이 부인 역시 몇 년 전에 대장암이 아닌 다른 암이 본인에게 발생하여, 당시 내게 연락을 취해와 우리 병원의 해당 암 전문의료진을 소개받아 치료를 잘 받은 분이었다.


통화 내용인즉 지인의 남편이 하루 전날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집 근처 대학병원에 갔는데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인으로부터 지금 연락이 왔는데, 그 즉시 생각나고 아는 의사라고는 나 밖에 없어서 내게 바로 전화를 하였다고 하였다.


즉시 오라고 하였더니 채 30분도 되지 않아 환자가 우리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물론 나는 그 전에 응급실에 연락을 취해놓고, 함께 일하고 있는 의료진에게도 내가 지금 외래진료 중이라 그 환자가 응급실로 오면 바로 진료를 볼 수 있게끔 조치를 하도록 해 놓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응급실 담당 의료진들 역시 바로 조치를 취해주었고, 담당인 정형외과 의료진 역시 당시 하루 종일 수술 중임에도 불구하고 신경을 많이 써 주어서 그 후 입원하여 치료를 잘 받고 있는 것을, 그 다음 날 회진 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뒤 그 환자를 소개해 준 그 부인이 내게 장문의 감사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다. 사실 난 전화 몇 통 한 것이 전부이고, 당일 오후에 마침 잠시 짬이 나서 응급실에 잠깐 내려가 확인해보고, 다음 날 회진 때 환자에게 안부말씀 드린 것 말고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오히려 나를 연결해 준 그 부인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가족도 아닌데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나와 연결해주고, 우리 병원으로 옮긴 당일 오후에 바로 방문하여 당황한 보호자를 위로하고 뒤 수습을 잘 해 주었으니 말이다.


환자를 소개해 준 그 부인을 비롯하여 우리 병원 담당의료진들까지, 이러한 일련의 연결과정들이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되고 환자의 행복고리로 연결이 되다니!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슴이 따스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연말연시라 그런지 더욱 흐뭇하고 감사한 생각이 든다.


아예 이 참에 ‘의료진 소개 브로커(물론 중개료 없는)’로 나서볼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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