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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가 건강하면 인생이 즐거워집니다




김태훈 교수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허리 통증은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흔한 증상 중의 하나입니다. 선진국의 통계에 의하면 전 국민의 70~80%가 일생 중 한번은 요통을 가진다고 하며, 이들 중 2주 이상 증상을 가진 경우가 13.8%이고, 그 중 심한 증상을 호소하였던 경우가 22~35%라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실제 외래에서 보면 젊은 20대부터 80대까지 전 연령층에 걸쳐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20대 환자들은 허리가 아프면서 다리가 저리다고 호소하는 허리 디크스 환자들이 많으며, 나이가 들수록 허리통증 및 좌골 신경통으로 걷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이 많습니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허리와 다리 통증으로 걷는 게 힘들고, 저린 증상으로 밤에 편안히 잠을 잘 수 없어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합니다.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을 같은 질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별이 필요합니다. 디스크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추간판 탈출증은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노화)에 의해, 수핵을 싸고 있는 섬유륜이 파열되어 수핵이나 섬유륜이 신경관내로 돌출 또는 탈출되어 신경을 압박해 허리 통증이나 골반 통증, 다리 통증을 유발되는 질환을 지칭합니다. 증상도 탈출된 디스크의 위치에 따라 척추 내에 위치한 신경을 압박하여 그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엉덩이, 다리, 허벅지, 장딴지, 발 등)의 통증(방사통), 감각저하, 저림 증상과 근력 약화 등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에 반해 척추관 협착증은 척수에서부터 신경이 척추뼈 사이를 통해 나오는 공간, 즉, 척추관(spinal canal)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좁아져서 신경을 압박하고 신경의 허혈을 일으키는 것을 지칭합니다. 고령의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합니다.


이 질환은 걸을 때 다리에 이상한 통증이나 저린 감각, 둔한 감각, 운동마비 등의 증상이 악화되어 앉았다 쉬어 가야하는 ‘신경성 간헐적 파행’이 특징적 증상입니다. 환자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하며 초기에는 허리의 막연한 통증과 뻣뻣함이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증상을 나이를 먹어감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고 일상생활 중에 활동을 제한함으로서 적응하려고 합니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심각한 신경 마비가 드물고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비록 심한 협착이 있더라도 일차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 방법으로는 안정가료,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이 있습니다. 주사치료(신경차단술)는 강력한 항염작용을 가진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직접 투여하여 염증을 가라앉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맞을 경우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6개월 동안 4-5회 이상은 맞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소한 2-3개월 동안 여러 가지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하지 마비의 증상이 생긴 경우, 신경 증상이 심하고 특히 근력이 약해질 때, 심한 보행 장애로 생활에 지장이 있을 때에는 일반적으로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최근에 79세 할아버지가 허리가 아프면서 양측 좌골신경통으로 걷기가 힘들다고 외래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증상은 2년 전부터 점차적으로 심해졌는데 6개월 전부터는 양측 좌골신경통으로 10미터 이상도 걷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전형적인 척추관 협착증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검사 결과 중증의 척추관 협착증 소견이 관찰되어 수술을 권유했습니다.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 수술이 가능한가?”, “수술하면 증상이 좋아지나?”, “주위에서 무조건 척추수술은 하지 말라고 하는데요..” 등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늘 듣는 거의 비슷한 질문입니다. 고령으로 인한 마취 위험성과 척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최근 수술을 받은 비슷한 연령대의 환자 X-ray를 함께 보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자세히 설명을 한 끝에 수술 동의를 받고 수술을 했습니다. 얼마 전 외래 진료을 받으며 이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잘 걷게 되어 ‘참 좋다’고 하는 말을 듣고 덩달아 흐뭇했습니다.





문득, 지난 해 6월 디스크 수술 받은 러시아 국적의 환자가 생각납니다. 41세 남자 환자인데 허리 아픈지는 15년 정도 됐고, 최근 2-3개월 전부터 허리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면서 양측 다리가 심하게 저려서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러시아 병원에서 약물 및 주사치료를 받았으나 크게 호전이 없어서 한국행을 택했다고 합니다.


자기공명영상(MRI)상에서 제5요추-1천추간 추간판 탈출증이 심해서 수술을 진행하였고 수술 이후에 증상이 호전되어 외국인인 관계로 주의사항을 설명한 후 2주 만에 러시아로 돌아갔습니다. 12월 중순경에 외래로 다시 내원하였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내원하여 첫마디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허리가 안 아프니 이제니 살 만하고 인생이 즐겁습니다.”라고 합니다.


본인이 원래 아마추어 축구 선수인데 그동안 허리가 아파서 축구를 못 했다가 이제는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고 합니다. 마지막 말로 “한국 의사 최고”하면서 그 다음날 러시아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환자들의 이런 모습이 척추를 진료하는 의사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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