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1.0℃흐림
  • 강릉 1.3℃흐림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고창 6.7℃흐림
  • 제주 10.7℃흐림
  • 강화 2.2℃흐림
  • 보은 3.2℃흐림
  • 금산 4.4℃흐림
  • 강진군 8.7℃흐림
  • 경주시 6.7℃흐림
  • 거제 8.0℃흐림
기상청 제공
회원가입

의사 기초의학자 고갈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기초의학 수련과정의 필요성 표준화 시급

이혜연(대한의학회 기초의학이사)

대한민국의 최상위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지원하고 있고 이러한 인재들을 바탕으로 국가는 바이오 미래전략을 펼치기 위하여 필요한 융합중개연구 전문인력을 양성하고자 집중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융합중개연구의 주요인프라를 담당해야 할 의사 기초의학 연구자는 고사 직전이다.

기초의학에 헌신하는 의사들이 없다보니, 우수 인재인 의사를 진료영역에서 의과학계 인재로 유도하여 의료산업화 인재로 활용하려는 여러 지원책들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만으로 기초의학의 인재 고갈이 해결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지난해 12월까지 약 15개월 동안 기초의학 육성안을 위해 결성된 대한의학회 TFT 팀이 분석한 기초의학의 현실은 아주 심각하였다.
 
전문성을 갖춘 연구 분야 인력이 문제이기 이전에 의학교육의 바탕이 무너질 만큼 기초의학 분야의 인재 고갈이 시급하였기 때문이다. 

기초의학 교육은 주로 의사기초의학교수에게 주어지고 있으나,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생화학, 기생충학과 같이 전문의제도가 없는 6개 기초분야의 교수 중 의사비율은 평균 50% 내외이다. 더욱이 15년 내에 의사기초의학자의 2/3인 323명이 은퇴할 예정이다. 현재 45세 미만인 의사교수는 전국을 합쳐 60명을 넘지 않는다. 6개 분야를 합쳐도 젊은 기초의학교수는 학교당 평균수가 2명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기초의학 교육은 누가 할 것인가? 

의학이 전문화, 세분화 되다보니, 최신 의학교육은 통합교육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통합이 각 학문의 특성을 잘 반영하여, 서로 다른 정교한 레고 블록들을 하나하나 연결하여 촘촘하게 통합하는 것이라면 매우 바람직하다. 블록 하나하나를 이루었던 각 분야의 지식은 필요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재조립되어, 또 다른 형태의 성이나 요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통합의 문제는 임상과 기초의학을 단순히 통합한다는 목적만으로 뭉뚱그리는 것이다. 지식을 틀에서 찍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틀은 시대가 변하면 쓸모없어지고, 급변하는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도 떨어진다. 즉, 이런 교육으로는 기존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는다. 기초의학 교육은 각 지식의 레고 조각들을 활용하는 원리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기초를 탄탄히 배우고 익혀서, 어떠한 문제에 마주치든 그 지식을 활용하여 해결할 창의적 능력을 갖춘 의사가 되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문의 기본을 외면하고, 의사들을 우수한 교육자, 우수한 연구자로 양성할 시스템을 버리고 있다. 그나마 기본적인 교육을 할 기초의학교수까지 고갈되고 있어, 우리나라 임상의학과 바이오산업의 생존 능력까지도 말살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의사인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하듯이 진료현장에 꼭 필요한 지식만을 갖춘 의사들을 단기간 대량 양성하려는 듯하다. 정녕 진료현장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기초의학 기반 지식응용능력이 임상의사에게는 필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임상의사만 육성하고, 연구는 의학을 배우지 않은 생명과학자들에게 맡길 것인가? 그동안 BK21 사업에서 의생명분야에 쓰인 수백억원은 결국 타분야 인력을 의학계로 유도하는 일에 대부분 사용되었다. 생명과학분야의 많은 석박사인력을 활용하여, 임상의학의 연구가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의학 분야가 자체적인 인적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도, 스스로의 경쟁력을 분석하지도 못한다면, 지금의 발전은 모래위에 세운 탑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과대학과 의전원의 많은 과학영재들을 일찍 의과학자로 자리 잡도록 하는 일을 모든 대학이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일이다. 더 이상 과학고를 2년 만에 마친 수재가 의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최연소 진료의사가 되었다는 것이 대단한 기사거리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들의 능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의과대학 재학생 중 인재를 선발하여 육성하는 기초의과학자 육성지원 정책이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의과학자 육성에 가장 시급한 것은 기초의학자 육성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표준화된 수련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표준화된 수련시스템과 인증제도는 앞으로 임상의학을 전공하다가 기초의학으로 전환을 하는 인재, 임상수련과정에서 기초의학과 교류가 필요한 인재, 세부전공의의 연구능력 함양을 위한 수련시스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또한 외국과 같이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과학자들을 유도할 때, 그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확립하는데도 중요하다. 대학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노력을 기울이고, 수련과정의 관리와 인증을 위한 대한의학회와 기초의학협의회가 잘 협력하여 기초전공의의 전문성을 높이고, 수련시스템을 안정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의학계가 내부에 인재 인프라가 탄탄해야만 관련된 타학문과의 융합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 기초의학의 교수들도 기초의학이 임상의학과 괴리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우선 내부에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시너지와 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두 분야의 전문가들의 토론과 수다, 세미나가 끊임없이 열리는 생기 있는 학교가 되는 멋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기초의학전문의들의 재미있는 강의는 많은 의학도들을 성큼 의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다. 학문과 교육의 현장인 대학에서조차 기초학문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존중 받지 못한다면 의학의 미래는 없다. 의학에서 한 몸인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남한과 북한처럼 갈라져, 서로 갈수 없는 나라가 되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모두 합심하여, 의학계에 좋은 변화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피지션-사이언티스트와 같은 제도가 여성과 군필자를 대상으로도 운영되어서, 더 많은 임상의사가 의과학자의 길로 유도되고, 기초와 임상의 거리를 좁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의사들이 제대로 된 기초의학교육을 받고, 과학적 사고능력을 향상시키면, 임상 현장에서 문제해결 능력이 증가되고 새로운 진료법을 스스로 찾아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충실한 기초의학교육이 시행되도록 대학평가기준과 제도를 강화될 필요가 있다. 기초의학종합평가를 의사국가고시응시 자격시험으로 제도화하여, 기초의학교육의 기본적인 기준을 만들 필요도 있다.

아무리 영양분이 충분해도, 필수 미네랄이 없다면 건강할 수 없다. 창의적인 의과학자에게 필수미네랄인 기초의학, 결핍되지 않도록 지금 시급히 보충하고 기르자. 이것이 세계를 선도할 대한민국 의료계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출처 ;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No.58 (2015년 2월호)
배너


뉴스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