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간 기능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간 수치가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간염이나 지방간, 알코올성 간 질환을 먼저 의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간 수치 이상이 일정 기간 지속된다면, ‘자가면역성 간염(Autoimmune Hepatitis, AIH)’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자신의 간세포를 외부 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면서 만성적인 간 염증을 일으키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특히 50대 이후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원혁 교수는 “바이러스 간염이나 지방간 등 흔한 원인이 배제됐는데도 간 효소 수치 상승이 지속된다면, 자가면역성 간염을 포함한 면역성 간 질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증상에서 전격성 간염까지… 다양한 임상 양상
자가면역성 간염은 만성 질환이지만 임상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환자의 약 3분의 1은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다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수치 상승이 확인돼 정밀 검사 과정에서 진단된다.
특히 증상이 없다는 점이 진단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의 약 15~30%는 처음 진단받을 당시 이미 간경변증이 동반된 상태로 확인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급성 간염과 유사한 전격성 임상 양상으로 발현해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임상 양상이 다양해 간 수치 이상을 단순한 검사 소견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최 교수는 “자가면역성 간염은 무증상 상태에서도 질환이 진행될 수 있어, 진단 시점에 이미 간경변증이 동반된 환자를 적지 않게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혈액검사와 간 조직검사로 진단
자가면역성 간염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간 효소 수치 상승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동시에 항핵항체, 평활근 항체 등 자가항체의 출현 여부를 평가한다.
그러나 혈액검사만으로는 간의 염증 정도나 섬유화 단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간의 염증 활성도와 섬유화 진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간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닌 ‘장기 관해 유지’
자가면역성 간염 치료의 목표는 면역 반응을 조절해 간 염증을 최소화하고,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을 막는 데 있다. 현재 표준 치료는 스테로이드제(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면역억제제(아자티오프린)를 병용하는 치료다.
치료를 통해 간 기능 수치가 정상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질환이 완전히 소실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질환을 안정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장기간, 경우에 따라서는 영구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재발이 흔한 질환으로, 재발률은 약 20~5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완치가 아닌 관리의 질환… 치료 반응 이후에도 지속 관리 필요
최 교수는 “자가면역성 간염은 치료 반응이 좋아 간 수치가 정상화되더라도 면역학적 질환의 특성상 재발 가능성이 높다”며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장기간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치료 효과가 나타난 이후에도 유지 용량의 약제를 지속하고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지가 장기 예후를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갑상샘 질환 등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 경우 관련 진료과 간 협진을 통해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예방은 어렵지만, 조기 발견이 최선
자가면역성 간염은 유전적 소인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재까지 명확한 예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원인 불명의 간 수치 이상이 반복되거나 지속될 경우, 이를 단순한 이상 소견으로 넘기지 않고 조기에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자가면역성 간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해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치료하면 장기간 관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