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작은 이상 증세에도 심장이 덜컥 내려 않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특히 평소 아이의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다거나 넘어지는 등의 외상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성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우려이다. 부모가 알아주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관절 질환도 있으며, 아이들은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 정확한 의사 표현이 어려워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관절 질환도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염려와는 다르게 단순한 성장 과정의 일부일 수도 있는 등 소아 정형외과 질환은 아이들의 관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진의 조언이 가장 필요한 분야 중 하나다.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 소아정형외과 이인혁 과장과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해당될 수 있는 소아정형외과 궁금증 몇 가지를 짚어보았다.
쪼그려 앉기가 안되고 까치발로만 다니려고 해요 – 짧은 아킬레스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가 즐겁게 놀고 있다. 무심코 쳐다보다 쪼그려 앉기를 어려워하거나 벌러덩 뒤로 넘어가는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까치발로 걸어 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도 하여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 이인혁 과장은 "실제로 쪼그려 앉기가 되지 않거나 까치발로 주로 다니려는 아이가 걱정돼 내원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대부분 아킬레스건이 짧아서 발생하는 증상들이며 매우 심각한 상태가 아니고는 스트레칭과 운동 치료 만으로도 크게 호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아이가 한창 걸음마를 배우고 익힐 시기인 두 돌 전까지는 까치발 보행이 일시적인 증상이며, 향후 보행에 필요한 근육과 인대들이 적절히 발달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또 아이들은 빨리 움직이고 싶은 마음에 까치발로 종종걸음을 하기도 하고, 까치발 보행 자체에 재미를 느껴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일 수 있으므로 부모는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려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평소 아킬레스건을 이완시키는 운동을 해주면 이러한 증상이 보다 완화될 수 있는데, 두 손으로 벽을 잡은 후 한쪽 발은 무릎을 편 상태로 뒤로 보내고, 반대 쪽 다리를 서서히 굽히는 스트레칭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중력이 약하거나 잘 따라 하지 못해 자극이 필요한 근육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운동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필요 시 재활치료 전문가를 통해 체계적인 운동 치료를 시행해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잘 놀다가 갑자기 다리를 못 움직이고 아파해요 –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
넘어지거나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잘 놀고 건강하던 아이가 갑자기 다리를 잘 벌리지 못하고, 움직이면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 병원을 찾으면,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온다. 이름도 생소한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이다. 즉 엉덩이 관절 주변을 감싸고 있는 활액막에 일시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활액막은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액 생성 역할을 하는데, 이 활액막에 염증이 생기면 고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윤활액이 과다 분비되어 물이 차고 붓게 되며, 고관절 압박 시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은 10세 이하의 소아에게는 흔한 질환이며, 남자 아이의 발병률이 여자 아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주로 서혜부, 대퇴부에 통증을 호소하며, 다리를 절며 걷거나 약간의 미열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 이인혁 과장은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은 발병 전 감기를 앓았던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드물게는 알레르기성 과민 반응의 여파로 발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질환 이름에서 나타나듯 통증이 일시적으로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며칠 휴식을 취하면 상태가 크게 호전된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 이후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자주 재발하는 경우, 고열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화농성 관절염으로 진행된 것 일수도 있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에 내원하여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소아 골절, 성장에 문제는 없을까 – 성장판 손상
눈 깜짝할 새 발생되는 것이 아이들의 부상이다. 특히 놀이나 운동 중 넘어지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면서 지면에 손을 먼저 짚을 때 소아 골절이 발생되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손목, 팔꿈치, 무릎 부위에 골절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상으로 인해 성장판 손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 부상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골절 직후 성장판 손상 유무를 바로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면서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손상 여부를 판별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궁금하고 애타는 마음이더라도 일단 경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다만 골절된 모양새에 따라 성장판 손상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해볼 수 있다.
골절선이 성장판만을 통과하는 형태라면 향후 성장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골절선이 성장판을 가로지르며 관절까지 침범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통해 골절되어 어긋난 관절면을 정확히 맞춘 후 회복 경과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뼈에 뒤틀리는 느낌 혹은 수직으로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후자에 해당될 수 있으며, 부상이 어떻게 발생되었는지를 자세히 알수록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진료 시 부모는 침착하고 자세하게 부상 경위를 설명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장판이 손상된 경우에는 아이의 골 연령을 먼저 측정한 후 치료에 임하게 된다. 잔여 성장 기간이 1~2년 이내인 경우에는 성장판 손상으로 인한 기능적 장애는 드물어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진단에 따른 개인별 맞춤 치료가 꼭 필요하다.